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암환자의 통증 관리가 상당히 취약한 실정입니다. 이는 선진국의 경우 통증 관리 등 완화치료가 보편화되어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완화치료를 전문적으로 시행하는 기관이나 의료진이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또 환자의 입장에서 마약성 진통제에 대한 거부감과 오해가 보편적으로 심한 것이 사실입니다. 환자들이 마약성 진통제를 복용하는 것이 삶의 마지막 단계라고 여기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인식입니다.
암성 통증은 급성 통증과 만성 통증으로 구분되며, 급성 통증은 최근에 시작된 일시적인 통증으로 신음소리, 불안 혹은 교감신경계 항진등의 징후가 동반되는 경우입니다. 만성통증은 3개월 이상 지속되는 통증으로 암이 점차 진행될수록 심해지는 특징을 가지며, 불안, 우울, 식욕감소, 수면장애 등의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입니다. 이 외, 평상 시의 통증을 넘어선 일시적으로 악화된 통증인 돌발성 통증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암이 진행되어 암조직이 커지면서 통증도 커질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통증은 암이 뼈, 신경, 장기를 누르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통증의 강도에 관해 통증이 전혀 없을 때를 0점,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의 심한 통증을 10점으로 하고 통증을 경도(1~4), 중등도(5~6), 중증(7~10)으로 구분을 합니다. 10점이라고 하면 정말 산고의 통증에 해당하는 통증입니다. 말기암 환자들 대부분이 9, 10점의 통증을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통증은 효과적으로 조절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 여러가지 약물적인 치료를 포함한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합니다.
그렇지는 않습니다. 암성 통증을 조절하는 약은 크게 3가지 정도입니다. 우선 비마약성 진통제로는 많이들 아시는 아스피린,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NSAIDs)가 있고, 이런 약은 의사의 처방 없이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약성 진통제로는 모르핀, 코데인 등이 있으며, 마약성 진통제와 비마약성 진통제를 함께 사용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진통제와 병행해서 사용하면 암성 통증을 완화하는데 효과적인 진통보조제가 있습니다. 가벼운 통증에는 비마약성 진통제를 우선 처방하고 통증이 계속될 때는 약한 마약성 진통제를 추가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심한 통증에는 처음부터 강한 마약성 진통제를 투여하고 일시적이고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돌발성 통증에는 효과가 빠른 속효성 마약 진통제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분들도 계신데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물론 진통제로 인해 부작용이 나타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환자에게 부작용이 생기는 것은 아니며, 또 부작용이 발생하더라도 대부분 치료 후 며칠이 지나면 사라집니다. 만약 부작용이 계속된다 하더라도 이를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따라서 부작용이 두려원 통증 치료를 거부하는 것은 절대 현명한 일이 아닙니다.
진통제, 즉 약물 치료가 암환자의 통증 85~90% 정도는 조절이 가능할 정도로 가장 대표적인 방법입니다. 만약 먹는 진통제를 사용할 수 없는 경우, 즉 암환자가 먹지 못하게 된 경우나 수술 등으로 금식을 하면 진통제를 다른 경로로 투여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가정에서는 패취제라고 하여 피부로 흡수되는 약이 있으며 병원에 계신 경우에는 피하주사, 정맥주사 등 주사제로 진통제를 투여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특별한 투여 방법으로 자가 통증 조절법과 흔히 여러분이 알고 계신 무통주사가 있습니다. 이건 좀 어렵습니다만 진통제를 척수를 통해 중추신경으로 직접 투여하는 척수강내 진통법이라는 방법이 있습니다. 미리 삽입한 가는 줄을 통해 진통제를 직접 중추신경에 주사하는 방법입니다. 즉 위나 장, 간을 거치지 않고 직접 중추신경의 약물 수용체에 약물이 도달하도록 하여 효과를 높이고 부작용을 줄이는 방법입니다. 이렇게 하면 모르핀의 경우 경구 투여에 비해 최대 1/300의 용량으로 같은 진통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신경파괴술이라는 다소 생소한 방법도 있습니다. 통증을 전달하는 신경경로를 차단하여 통증의 전달을 막아 통증을 감소시키는 방법입니다.
신경을 파괴하여 차단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그 신경이 없어져도 해가 없고 오히려 이득이 많은 경우에만 할 수 있습니다. 여러가지 방법이 있습니다만 대표적인 예로 교감신경 차단술이 있습니다. 교감신경이라는 것은 소외 자율신경으로 감각이나 운동신경과는 달라서 우리가 평소에 느낄 수 없는 신경입니다. 그런데 복부 장기에서 암 통증이 일어나면 이 통증이 교감신경을 통해 전달됩니다. 이 경우에 통증을 줄이는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암으로 말하면 대표적으로 췌장암이 있고 대동맥 주위 임파선 전이 등으로 복부 통증에 적용될 수 있습니다.
신경파괴술을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시술부위에 감염이 있다든가, 심한 출혈이 있다든지 하는 경우는 수술이 불가능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통증 전문가와 상담이 필요합니다.
신경파괴술의 부작용은 거의 없습니다. 특히 교감신경에 적응되는 통증은 지각이나 운동기능이 상실되지 않고 진통 효과를 얻을 수 있으므로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법이며, 적절한 시기에 시행된다면 통증을 완화하는데 큰 효과가 있습니다.
실제적으로 암환자가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외로움입니다. 자신이 암이라는 병을 갖고 있어 사회나 가족으로부터 격리되 있고, 혼자라고 생각하는 것이 더 큰 고통입니다. 이는 실제로 암환자의 통증을 훨씬 크게 만들고 치료도 어렵게 합니다. 가족의 관심과 배려가 암환자의 고통을 줄이고 궁극적으로 암과의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큰 힘이 된다는 사실, 꼭 기억하시길 바랍니다.